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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참 어이없던 면접을 봤다.

공고에는 '대한번역원'이라고 되어있었으나 검색 결과 그 어디에도 회사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지원하고 이틀 후, 편집 테스트 요청 전화를 받았고 제출 마감 기한은 이틀 후였다. 테스트의 수준은 중하정도? pdf파일에서 이미지파일만 따와서 워드에 텍스트를 얹히고, 표 만들고, 뭐 수식 넣고 하는 것들? 

(그래,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한글 편집하면 되나 보다 했다. 욕 나올라 그러네...)

테스트 파일을 보내고 이틀 후 면접보자는 전화를 받고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회사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지. 그렇게 뜻밖의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

몇 년 전, 이 곳에서 한 달 간 일을 하고 나왔다는 경험자의 블로그였다. 혹시나 싶어서 댓글을 달았고, 다음날 연락이 왔다!

나에게 어떤 부서에 지원했냐고, 그리고 간단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이때 정말 면접 가지 말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엔 면접보고 그 회사가 어떤지 보기라도 하자라는 생각을 했지. 그리고 이렇게 후기를 적어 놓는다.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튼 면접 당일, 아침부터 문자 한 통이 왔다.

[면접 담당자가 당일 면접일이라고 시간을 알려주면서 교통때문에 늦거나 불참시 미리 연락달라고.]

무슨 병원인 줄... 그리고 한 번 의심이 시작되니까 좀 비틀어보게 되더라...

"얼마나 안 온 사람들이 많으면 이런 문자까지 보내냐?"

근데 웃긴 게...15분 일찍 갔더니, 이 사람들이 15분 늦게 왔네? 덕분에 30분 기다렸고요.

들어오자마자 회의가 길어져서 늦었다며 미안하다며... 내 이력서를 보고 멀리서 오셨다고, 입사해도 다닐 수 있겠냐는 말에 겉으로는 웃었지만 "씨X, 장난?"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 두 인간이 1시간 면접에 30분 동안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읽고 있지?

"난독증 있음?"

사람 앞에 두고 종이 쪼가리 읽으면서 "이거 궁금해요, (질문).", "아, 이것도 궁금해요, (질문)."  

40분 쯤 지났나? 그따구로 면접 진행하면서 갑자기 나 보면서 "졸리죠?"라고 말했던 여자도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쪽들 때문에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맞춰주고 있었잖아, 씹x;

사실 나는 신입 면접이 아니라 경력직 면접이었고, 그래도 없는 자존감에 그동안 쌓았던 경험들을 가지고 자존감을 간신히 잡고 있었다. 그리고 쓰기 싫었지만 꾹꾹 써내려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저따위의 인간들이 저따구로 읽는 것에 심히 불편했다. (솔직히 이건 경력직, 신입 모두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성의있게 자기소개서를 썼으면 좀 성의있게 면접준비 좀 해라)

 

 

면접의 내용을 떠나서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10분 만에 다 파악되었다. 

하.... 그래, 여튼 나는 번역 문서 편집, 한국어 교정이라는 업무를 보고 해당 공고에 지원을 했고, 면접을 본 것이었다.

그런데 면접관이라는 사람은 내가 만약 들어보면 '문장 형식을 파괴해야 하는 업무를 해야 한다.', '정돈된 문장을 다루지 않는다.', '조사를 해야 하고, 다른 부서와 싸우는 경우도 많다.', '야근이 많다.', '번역가나 거래처와 연락을 직접 해서 관리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정말 질문마다 되묻고 싶었던 게 있었다. 공고에 한국어 교정이라는 말을 누가 명시한 건지 되묻고 싶었다, 정말. 교정이라는 말을 몰라? 아, 생각할 수록 너무 어이x... 하ㅡ, 생각 좀 하고 공고 올려라ㅠ 나는 뭐 시간이 남아 도니? 짜증.....  

내가 난감한 질문을 하면 대부분 남자가 답했는데, 이 사람이 pm이라고 하고 2년차가 되었다고 했다. 팀 내에서 두 번째 서열인 듯?

((+ 근데 문서를 다루든, 어쨌든 글을 다루는 데 어떻게 언어과 전공자가 없지? 면접 봤던 이 두 사람은 마케팅쪽에 있었던 사람들로, 이번에 부서를 이동했다고 했다. 이 부서는 뭘까? 궁금은 했음.))

한편 면접 보기 전, 회사 후기를 찾아 봤을 때, '대체연차'를 쓴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혹시나 싶어 복지에 대한 이야기도 물어봤다. 그랬더니 "중소기업이 다 그렇잖아요. 뭐, 4대 보험, 연차 쓸 수 있고, 야근하면 밥 주고, 차 끊기면 택시비 주고" 

네네, 어련하시겠어요...ㅋㅋ 패스

그리고 여기 여성분. 애사심이 대단하심. 30년 된 회사라고 네임은 있는 회사라며 자랑스러워 하심. 보기는 좋았음.

-여러 번 면접 여자와 블로거 분과 겹쳐 보였음/

이후 여기는 뭣도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래서 합격이고 불합격이고 뭐고 간에 그냥 싫으면 싫다고 말했다. 솔직히 빨리 그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아니, 그 사람들의 태도가 꼴보기 싫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1시간이 지나고 저녁에 연락준다는 말을 듣고 집에 왔다. 

몇 시간 지났나? 문자 한 통이 왔다. 불합격 문자였는데, 웃겼다. 이럴 때를 "같잖다"라고 표현하는 건가?

[~~~저희와 함께할 수 없습니다.~~~ ]

아, 제발... 무슨 슈스케야, 뭐야.

서바이벌 게임이냐고ㅠ

그 두 사람이 말하길 자기네 회사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고, 좀 젊어져야 하는데 워낙 오래되어서 뒷짐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ㅋㅋㅋ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네요. 여튼 30대이면 아기랍니다 ㅋㅋㅋ 

네네, 70-80년대에 멈춰있는 곳은 대한번역원.

 

▶저 면접 이후 잡코리아에 똑같은 공고가 다시 게재됐던데, 제 후기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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